대법원 "기간제 계약 끝났다고 해고하면 부당 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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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갱신 아니라도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 인정한 첫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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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기간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2011. 4. 14. 나왔다. 17일 대법원 제2부(재판장 양창수, 원고측 소송 대리인 권두섭 변호사)는 지난 2003년 12월 서울특별시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계약해지된 장애인콜택시 기사 7명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택시기사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에 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003년부터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 사업을 위탁받아 택시기사 100명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근로기간은 2003년 1월1일부터 같은해 12월31일까지로 정했다. 그해 12월 공단은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노조활동을 했던 택시기사 7명과 비노조원 4명 등 11명을 해고했다.
종전의 법원 판례는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 갱신돼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판단될 때 근로계약 갱신 거절을 통한 해고가 부당해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택시기사들은 공단과 단 한 차례 근로계약을 맺었고,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고,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근로자의 기대권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사용자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되는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형성하는 요건으로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런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뤄진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택시기사에 대한 계약 갱신의 목적이 부적격자 교체인 점 △장애인콜택시 사업이 한시적·일시적 사업이 아닌 점 △해고자 심사기준이 주관적인 점 등을 놓고 볼 때 해고자들이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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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노동자, 함부로 해고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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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기준 공정성 입증책임도 사용자 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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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서울시설관리공단 사건에서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인정한 판결을 내림에 따라 계약만료를 이유로 한 무분별한 해고 관행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이번 판결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 계약갱신에 대한 절차규정을 따로 두지 않더라도, 근로관계 전반을 고려해 근로자의 갱신 기대권을 인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는 상시적인 계속업무나 동일 사업장에 이미 계약갱신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라면 근로관계의 실질을 따져 갱신 기대권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대법원은 특히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것과 관련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유사한 내용의 하급심이 "사회통념상 합리적 이유가 없는 갱신 거절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과 비교할 때, 계약갱신 거절의 사유를 보다 엄격하게 제한한 것이다.
대법원은 계약갱신을 위한 근로자 심사기준의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도 거론했다. 심사 자체가 불공정하거나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됐다면 이러한 심사결과를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해고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의 취지를 감안하면 향후 근로자 심사기준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벌어질 경우 심사기준의 공정성을 입증할 책임은 사용자에게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해고노동자들이 첫 번째 계약갱신 시점에 해고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권 변호사는 “반복갱신을 해 온 사실이 없더라도 갱신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