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과 생활요법::)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處暑 )도 지났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기도 한 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몸에 냉한 기운이 돌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난 여름 내내 차가운 냉방과 음식에 노출되는 동안 몸 안에 쌓인 냉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가을철 찬바람을 맞는다면 ‘오십견(어깨 결림 또는 어깨 통증)’ 환자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십견 환자에게 있어 찬 기운은 기피 대상 1호다. 찬 기운을 만 나면 한방에서 오십견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어혈이 특히 잘 생 기기 때문이다. 어혈은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죽은 피가 한 군데 고여 뭉친 것을 일컫는 것으로,몸이 찰 때 더욱 굳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오십견 환 자들이 어깨통증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철저한 예방과 관리가 필요한 때이다.
통증으로 잠을 도저히 청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안겨주는 오 십견의 원인과 적절한 예방·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어깨 통증, 말도 마세요. 환장합니다”〓오십견은 어깨의 통 증에 붙여진 ‘병명’이 아니라 ‘별명’이다. 50대에 흔히 생긴 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하지만 오십견은 이제 더이상 50대만 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들어 30대에서부터 70대에 이르는 다 양한 연령층에서 오십견이 종종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십견은 어깨 근육과 관절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있거나 잘 움 직이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어깨 관절이 얼어 붙는다는 뜻에 서 ‘동결절’으로도 불린다. 발병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주로 노 화에 따른 어깨관절 주위 연부조직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생긴다 .
어깨 관절의 부상이나 깁스를 풀고 난 후 또는 입원 등으로 장기 간 어깨관절을 사용하지 못한 후에도 발생한다. 한방에서는 오십 견의 원인을 어혈 때문이라고 본다. 이 어혈이 어깨관절이나 인 대, 근육에 달라붙어 손상을 일으켜 어깨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 이다.
처음에는 팔이 저리듯 아프다가 관절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게 느 껴진다. 팔을 뒤로 돌리거나 위로 올릴 때 어깨의 특정 부위가 아프다. 주로 밤에 악화되며 목과 손가락까지 아프기도 한다. 또 다른 증상은 어깨와 팔을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이 좁아진다. 먼 저 팔을 뒤로 젖히는 동작이 어렵게 되고 다음엔 옆으로 뻗을 수 없게 되다가 결국은 앞으로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나중에는 옷 을 입고 벗거나 세안 및 머리를 감는 일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방치할 경우 일생동안 장애인으로 살 수도 있다.
◈초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오십견은 스스로 낫는 자율성 질환이다. 즉 외상으로 어깨 주위의 근육이 끊어지는 것처럼 특 별히 아픈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예외 없이 자연적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여러 의학 보고서에 따르면 오십견 환자의 30~50% 가량이 3~7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 났다. 적극적인 치료가 동반되지 않을 때에는 환자의 통증이 지속되 는 것은 물론이고 사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30·40대 등 젊은층에서는 어깨 통증이 와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나쳐 증상이 악화된 뒤 병원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치료 시기를 놓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어깨 주위에 통증 이 2~3주 이상 계속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조기 치료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생활 요법 및 치료법〓규칙적인 운동만큼 오십견 환자 치료에 효과적인 것은 없다. 오십견 환자는 어깨통증이 심하다는 이유로 아픈 어깨를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오히 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근육과 관절은 움직이지 않으면 더 심하게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깨 결림과 통증이 있더라도 적당한 어깨운동을 해주면 어깨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가 단련돼 관절이 굳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다.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은 오십견 치료에 효과적인 운동이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으로 온몸의 굳어 있는 관절을 풀어주면 도움이 된다. 또 오십견 환자들은 전신운동이 되는 수영, 조깅, 등산, 경보, 가벼운 에어로빅 등의 운동을 하 루 1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단, 어깨를 주로 쓰는 운동인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야구, 배 구 등은 피하도록 한다. 이러한 운동은 어깨의 근육보다 어깨의 관절을 집중적으로 많이 쓰기 때문에 어깨관절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오십견을 치료하고 나서 증세가 호전된 뒤에도 꾸준히 하 는 것이 좋다. 그래야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 다. 만약 운동 중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일단 운동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도록 해야 한다.
오십견 환자에게 나타나는 어깨통증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온열요법도 효과가 있다. 40~42도 정도의 약간 뜨 거운 물에서 10∼15분 정도 온탕을 하거나 핫팩이나 뜨거운 물수 건 등으로 어깨 찜질을 하면 몸이 따뜻해지면서 혈액순환이 촉진 돼 통증이 완화된다.
한방에서 처방하는 치료법으로는 어혈을 풀어주기 위한 탕약이나 침술법, 뜸, 견응고(파스처럼 붙이는 고약), 방혈, 수기요법(운 동요법) 등이 있다. 탕약과 침술은 오십견의 원인을 제거하며, 수기요법은 관절의 움직임을 호전시킨다. 견응고는 밖에서 어혈 을 풀고, 방혈은 어혈을 직접 뽑아내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오 십견은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도움말〓삼성 서울병원 이강우 재활의학과 교수, 장덕한의원 신광순 원장〉 조철현기자 choch@munhwa.co.kr